
세가의 콘솔 게임기 역사를 다룬 ‘세가 게임기 투쟁사’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원제목은 ‘세가 하드 전기’이며 오쿠나리 요스케라는 사람이 쓴 책의 국내 번역본입니다. 아직 전자책이 나오지 않아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메가드라이브와 새턴의 유저였기에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책이 나온 기념(?)으로 예전부터 한번 쓰고 싶었던 주제인 ‘세가의 콘솔 삽질’에 대해 써볼까합니다. 대상은 메가드라이브와 드림캐스트 사이에 나와 세가가 콘솔 하드웨어 시장에서 철수하는데 큰 공헌(?)을 한 기기들입니다.
1. 메가CD
메가CD의 가장 큰 문제는 동영상을 위해 당시 개인용 PC 수준의 메모리와 추가 CPU를 장착했지만 메가드라이브의 형편없는 발색성능(512색 중 64색) 때문에 의미가 없었고 가격만 높아졌다라는 것입니다. 메가CD는 다른 부분에서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동시발색과 스프라이트 부분의 성능향상에 투자했어야 했습니다.
2. 새턴
말이 필요없는 세가를 망하게 한 원흉입니다. ‘세가 게임기 투쟁사’에서는 새턴을 ‘명기(?)’라고 하는 듯하지만 말도 안되는 표현입니다. 새턴을 2D 머신으로 만든 것에 대해 옹호하는 의견들도 있지만 아케이드의 3D 흐름을 주도하고 있던 세가가 아케이드와의 연결성이 가장 큰 장점인 자신들의 최신 가정용 콘솔 게임기를 2D 게임기로 만든 것은 명백한 실수입니다. 거기에 플스에 대응하기 위해 CPU를 추가한 것도 급한 나머지 앞을 보지 못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턴은 완전히 새로 만들 수 없었다면 기존 설계대로 출시를 하고 가격을 최대한 낮추어 경쟁력을 보완하는 대신 새턴용 버파에 확장 슬릇에 장착하는 3D 가속기를 포함시켜 출시하는 것이 좀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D 가속기는 별도 구매가 가능하게 하고 추후에 가속기를 내부에 탑재한 새턴을 출시하는 전략이죠.
3. 슈퍼32X
왜 만들었는지 모를 기기입니다. 메가드라이브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턴이라는 신제품이 나왔고 거기에 사용하기도 불편하며 개발사 입장에서는 개발하기 어려운 사용자,개발사 모두에게 메리트가 없는 기기였습니다. 위 메가CD 부분에서 언급한 메가CD에 그래픽 업그레이드가 포함되었다면 억지로 이런 기기를 만들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